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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맘카페는 왜 그냥 온라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맘카페인가

by 수지니★ 2018. 12. 26.


합리적 딴지를 걸어보고자 한다. 최근 국회의원들의 갑질이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의 공항 신분증 갑질과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의 승강장 갑질이다. 김 의원은 스마트폰 케이스에 든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달라는 직원의 요구에 화를 내며 규정을 따졌다. 마치 직원이 시민들에 갑질을 하는 걸 보고 자신이 정당한 문제제기라도 하는 양 끌고 가려는 듯 보였으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민 의원은 버스 승강장서 만난 여성에게 인사를 건넸다가 씹히자, 다시 말을 걸었고, 그 여성이 "이번 정부에서는 잘 지낸다"는 식으로 비꼬아 답하자 돌아서서 가래를 뱉었단다. 그릇이 보인다. 얼마든지 더 유쾌하게 혹은 조용히 대처할 수 있었을텐데. 평소 자신이 갑인데 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듯한 반응이 나오자 나타난 '자연스러운 대처'가 아니었을까 싶다.


여기서 나는 민 의원의 사건을 다룬 제3자들의 시각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여타 언론에서는 이번 사건에 등장한 여성이 온라인 '맘카페' 회원이라고 표현했다. 이 여성이 민 의원과의 에피소드를 맘카페에 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냥 온라인 커뮤니티라고 표현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굳이 맘까페라고 특정지어 썼을까. 내가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는 이유는, 기사에서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나 일베같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예컨대 게임, 부동산 카페의 경우 그냥 온라인 커뮤니티라고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맘카페는 유독 다른 커뮤니티와 다른 취급을 받는 것 같다. 일베나 오유, 워마드까지는 아니어도 '맘카페'라고 씀으로써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배타적인 시선을 품게 한달까? 실제로 이 기사 댓글에도 맘카페를 운운하며 여성을 비난한 경우도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다.


나는 여성이지만, 페미니스트라고 하기에도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여성주의를 제대로 의식하거나 공부하거나, 문제의식을 갖고 행동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나 역시 예전에는 '에이'하고 지나쳤을 일들을 다시 곱씹어 보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예전에는 남녀가 싸울 일이 없었는데 요새는 너무 대립각을 세우는 것 같아~' '그냥 다 같이 잘 지내면 좋을텐데'라고 하는 부류의 남성들에게 불편한 마음이 든다. 나 역시 평화주의자고 싸우는 게 제일 싫다. 하지만 요즘 대립각이 생기는 이유는 여성들이 성격이 갑자기 나빠져서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게 아니라, 참거나 억눌려 '지연된 정의'를 들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물론 불합리한 처우를 받아본 적이 없는 남성들 입장에서는 '얘네 갑자기 왜이래?'이럴 수도 있다. 특히, 적어도 말로는 '남녀가 평등하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라면. 아마도 80년대 초중반생이 이러한 경우가 많을 듯. 래퍼 산이가 '너희가 뭘 그렇게 불평등하게 대우 받았는데?'라고 묻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아...사례 하나하나 나열하며 길게 쓰고 싶기도 하지만 그랬다간 더 화가 날 것 같다. 키워드만 적자면.. 어려서부터 성인이 될때까지 겪었던 성희롱부터....'여자가'로 시작하는 시금털털 냄새나는 문장들을 수없이 들었던 경험...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역시 글을 쓰고 나니 조금 힐링이 된다.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단상이 됐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자주자주 글을 쓰리라. 무엇이 됐든 기록을 남기리. 글이 나를 구원할지니.